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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리더십... 어니스트 섀클턴 조난기

호걸영웅 2015. 6. 16. 03:15

위대한 리더십... 어니스트 섀클턴 조난기  

 

 

 

 

"재난이 일어나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무릎을 꿇고 섀클턴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  에베레스트를 처음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가 한 말이다.

 

서양의 수많은 정치지도자들과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리더를 꼽아보라고 하면 상당수가 어니스트 섀클턴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섀클턴은 왜 리더십 교과서가 됐는가. 그 사연을 알아보자.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두 팀의 탐험대가 남극탐험 길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갑자기 얼어버린 바다에서 배가 꼼짝도 못하는 지경에 처하게 됐다.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의 살인적인 추위, 식량과 연료는 떨어져가고 다른 곳의 어느 누구와도 교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탐험대 운명은 달랐다. 칼럭호에 타고 있던 캐나다 탐험대는 수개월 만에 11명이 죽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비극의 원인은 자신들에게 있었다. 조난이 길어지자 선원들은 서로 식량과 연료를 놓고 싸우고 도둑질하는 일상을 되풀이하며 서로 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반면 인듀어런스호에 타고 있던 영국 탐험대는 무려 637일이라는 조난기간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은 채 승무원 27명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두 탐험대 운명이 어디서부터 엇갈렸을까. 바로 리더십 문제였다. 인듀어런스호에는 어니스트 섀클턴이라는 탁월한 리더가 있었다.

 

최근 출간된 SOUTH는 리더십의 원전으로 추앙받고 있는 어니스트 섀클턴 자서전이다. 책에서는 떠도는 부빙 위에 몸을 맡긴 채 물개를 잡아먹으며 2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낸 섀클턴의 위대한 리더십이 가득 들어차 있다.

 

섀클턴은 솔선수범으로 대원을 이끌었다. 조난 즉시 선장에게 지급되는 특식을 포기했고 배를 포기하면서 짐을 줄여야 할 때 가장 먼저 소중한 자기 소지품을 버렸다. 뒤처진 대원들을 구출할 때도 늘 앞장섰다. 구명용 보트 하나에 몸을 싣고 1300㎞ 뒤에 남겨진 대원들을 구출하러 갈때도 섀클턴은 맨 앞에 있었다.

 

섀클턴은 또 공동체 정신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코 부류를 나누어 일을 하거나 정보를 독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귀족에서 천민까지 여러 신분 출신이 모여 있는 대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 계급도 타파했다.

 

섀클턴은 또 낙천성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낙담하고 동요하면 그 순간 리더십이 실종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섀클턴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매일매일 끊임없이 목표를 만들어 나갔다. 주저앉아 있으면 희망도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난파된 배에서 못을 뽑아 얼음 위를 걷는 신발을 만들었고 하루는 얼어붙지 않은 땅을 찾아 기나긴 수색을 나갔고 또 하루는 조촐한 선상파티를 열어 대원들과 노래를 불렀다.

 

어니스트 섀클턴은 자서전 후반부에 이런 말을 남긴다. "나와 대원들은 남극 얼음 속에 2년이나 갇혀 살아야 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우리는 단 한번도 희망을 포기한 적이 없었고 서로 미워한 적도 없었다."

                                   

<허연 기자> 매경 2004.1.3